최초의 배너 광고는?
인터넷 광고가 시작된지 25년이 지났다. 1994년 10월 27일 핫와이어드(Hotwired.com)에 AT&T의 배너광고가 처음 실렸던 것이 인터넷 광고의 시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4개월간 게재된 그 배너의 CTR이 44%였다는 점이다. 44%라니 놀랍다.
인터넷 광고가 시작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이 디스플레이 AD라고 부르는 이 배너 광고의 평균 CTR은 대략 0.35% 전후다. CTR은 100분의 1 이하로 작아졌지만, 배너 광고로 시작된 인터넷 광고는 이제 전체 광고 시장 총 예산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2021년에는 50%를 넘어서 다른 모든 매체의 광고들을 합한 것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하니 인터넷 광고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이나 위성 TV들도 한 때는 미디어의 미래라는 헌사를 받으며 등장했었다. 그런데 뉴미디어들이라 불리던 이 채널들의 현재 모습과는 달리 인터넷만이 이토록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미디어의 왕좌에 앉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이전의 뉴미디어들은 기업이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사용해야할 또 하나의 채널에 불과했지만, 인터넷은 미디어의 힘을 빌려야만 소비자와 만날 수 있었던 기업 스스로를 직접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미디어로 변화시켰다. 또한 인터넷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 수신자에 머물러있던 소비자를 직접 정보를 발신하는 마이크로 미디어로 변화시켰다. 이렇게 인터넷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기업, 미디어, 소비자라는 3대 주체가 모두 미디어가 되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출현한지 25년만에 미디어의 왕좌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마케터의 역할과 업무 내용 그리고 프로세스가 변해버렸다.
지난 25년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주체들의 역할과 관계가 인터넷의 출현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마케터나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는 마케터들의 업무 내용과 프로세스가 달라졌다. 이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우선 마케팅 활동이 이전엔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다가 이제는 온드미디어(owned media) 그리고 언드미디어(earned media)까지 포함하여 트리플 미디어 전체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두번째는 패널 서베이 등의 아날로그적 정보 수집 방법을 통해 부분적으로 소비자를 이해하고 나머지를 직관과 경험에 의존해서 많은 결정을 하던 방식에서 온라인에 남겨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통해 가시화된 컨슈머 의사결정 과정(Consumer Decision Journey)과 오디언스 프로파일에 근거해 거의 완전한 소비자 이해가 가능해지면서 데이터에 근거한 마케팅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마케팅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광고 집행을 하는 것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엔 인쇄 광고의 형식을 차용한 단순 디스플레이 광고를 제작하고 이를 미디어랩이나 광고 대행사를 통해 미디어를 부킹한 후에 광고안을 집행하고 이들로부터 성과 보고서를 추후에 보고 받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타겟 고객의 취향과 성향에 맞춰 리얼타임으로 최적의 미디어를 선택하고 실시간 비딩(Real time bidding)을 통해 최적의 가격에 미디어바잉을 수행하고, AB테스트를 통해 오디언스에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를 선택하는 DCO(Dynamic Creative Optimization)를 활용하여 광고를 집행한다. 심지어 이 전체 과정을 AI가 캠페인 중간에도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최적화한다. 이런 광고 집행의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이 검색 광고 영역이었는데 이제는 이 흐름이 디지털 광고 전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인터넷 마케팅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분야가 B2B 마케팅이다. 구매 의사 결정에 사내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B2B 제품의 마케팅의 특성 상 구매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의사 결정권자 혹은 영향력자들과 일대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수단이 중요하고 컨슈머 저니의 각 단계를 커버할 수 있는 컨텐츠 전략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B2B 마케팅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메일 마케팅 시스템을 활용한 리드 제너레이션(가망고객 개발)과 시의 적절하게 꼭 필요한 컨텐츠를 잠재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리드너처링(가망고객 육성)이 B2B 마케팅 활동의 핵심이 된다. 예전에는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Email Marketing Solution)이라고 불리던 솔루션을 기반으로 이들 업무를 직접 관리했지만, 휴먼 팩터에 의한 실수나 지연을 방지하고 보낼 메시지 최적의 타이밍을 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추출하여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마케팅 오토메이션 솔루션들이 B2B 마케팅 업무를 변화시켰다.
광고, 이메일, PR 기사, 오가닉 검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집객을 한 후에 결론적으로는 기업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해야하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목표라고 할 때 결국은 콘텐츠가 중요하다. 이렇게 고객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무도 팜플렛 수준의 기업 홈페이지가 방문자에게 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웹 기술과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방문자 속성과 행동 패턴에 따라 웹과 앱을 넘나들며 멀티 채널과 멀티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일관되게 관리된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고도화된 CMS(컨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기반한 고객 경험관리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기업과 광고 대행사의 마케터들의 업무 내용과 프로세스가 바뀔 수밖에 없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잠재고객들의 고객 여정 전체에서의 경험을 관리하는 것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마케팅 기술에 몰려들고 있는 대기업들
가트너 리서치가 2019년 4월에 발표한 멀티 채널 마케팅 허브(MMH)시장의 매직 쿼드런트를 보면 어도비(Adobe), 오라클(Oracle), IBM, SAP, 세일즈포스(Sales force)등 많은 대기업들이 마케팅기술 분야에 참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트너가 말하고 있는 멀티 채널 마케팅 허브(MMH)는 다양한 채널에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율하고, 여러 채널에 걸쳐 고객 세그먼트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웹사이트, 모바일, 소셜, 다이렉트 메일, 콜센터, 광고(paid media), 이메일 나아가 B2B와 B2C 환경 모두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통합하고 이를 실행하는 역량까지도 포함한다.
마케팅 기술에 대한 가트너의 매직 쿼드런트
가트너의 매직 쿼드런트를 보면 어도비(Adobe)가 마케팅기술 영역에서 최상위 리더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있었던 어도비 서밋(Summit)에 직접 가보진 못했으나 관련 자료를 통해 이들이 그리고 있는 마케팅기술의 미래를 살펴봤다.
지난 2019년 3월에 있었던 어도비 서밋(Adobe Summit)이 제시한 마케팅의 미래
마케팅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소비자의 경험 전체를 이해하고 관리하여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정신은 The Digital Experience Conference라는 어도비 서밋(https://summit.adobe.com/)의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이렇게 고객 경험을 완전하게 관리하려면 필연적으로 고객 여정의 시작 전부터 구매 시점 전후와 구매 이후까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와 메시지를 제공하고 이를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한다.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 기업의 마케터들이 고객의 경험을 엔드투엔드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Davidndanny가 데이터 드리븐 통합 마케팅의 프레임(세번째 첨부 이미지)으로 제안했던 아래의 다이어그램의 내용처럼 데이터 수집/분석, 전략 수립, 컨텐츠와 크리에이티브 제작/배포, 대 소비자 고객 전환 활동, 성과 측정과 이 전체 과정을 지속적으로 PDCA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이번 서밋에 직접 참여를 하것은 아니지만, 어도비 서밋 트랙 구성을 봐도 같은 철학이 느끼기엔 충분하다. 진다.
• Advertising
• Analytics & Data Management
• Content & Experience Management
• Design-Led Customer Experiences
• Personalization
• Advertising
• Experience-Driven Commerce with Magento
• Email & Omnichannel Marketing
• B2B Marketing Automation with Marketo
• Marketing Nation at Wynn
• Marketing Innovations
• Platform, Machine Learning & Ecosystem
2019년 어도비 서밋의 주요 포인트
대단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번 서밋의 발표 내용과 관련 뉴스를 읽으며 주목한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 본 것이다.
1. OTT가 TV를 삼켜 넥스트 TV가 될 것이고 이를 위한 어도비의 대응
어도비는 강력한 OTT 중 하나인 ROKU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어도비 부사장 겸 애드버타이징 클라우드 총괄인 키이스 이디(Keith Eadie)는 “어도비 애드버타이징 클라우드는 인텔리전스, 신뢰성, 타깃팅 및 TV와 같은 광고 영역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광고주가 날로 증가하는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광고를 통해 끊김없는 경험을 제공하도록 돕는다”며, “로쿠와 파트너십을 통해 어도비의 고객은 선도적인 TV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효율적으로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공중파 TV 프로그램들이 파편화되어 Roku, Youtube, Netflix, Hulu와 같은 OTT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예전엔 좀 비싸더라도 대박 프로그램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넘쳐나던 시절을 지내왔던 기업들에게 OTT의 출현과 함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업의 메시지를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의 출현은 부담되는 숙제가 되고 있다. 이전의 방식으로 추산되는 시청률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한편으로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도비 애드버타이징 클라우드와 통합된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안에서 자신들이 스폰서한 방송 프로의 시청률과 온라인 마케팅 활동에 대한 성과 데이터를 통합해서 보고 싶어하고, 한발 더 나아가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와 마케팅팀에서 즉각적으로 취해야하는 액션 아이템까지를 추천받고 싶어하게 되었다. 이제 어도비는 이런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마케토(Marketo)가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에 들어가면서 마케팅 오토메이션이 B2B 마케팅의 메인스트림이 될 것
어도비가 2018년에 인수한 마케토(Marketo)는 허브스폿(Hubspot)과 함께 마케팅 오토메이션의 양대 축이다. B2B 대기업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솔루션이지만, 중소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 그다지 폭 넓은 보급이 되지 못하고 있던 마케팅 오토메이션 툴들이 최근 그로스핵(Growth Hack) 열풍이 일면서 마케터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이메일 마케팅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던 한국에서 조차도 마케팅 오토메이션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하는 대기업이 나타나게 되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솔루션을 어도비가 2018년 인수하면서 마케팅 오토메이션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서밋에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에 속한 첫번째 솔루션이 소개되었다. EMS를 기점으로 CRM와 SFA 솔루션들로 발전해왔던 B2B 마케팅이 마케팅 오토메이션을 세상에 선보인 지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어도비의 마케토 흡수가 마케팅 오토메이션의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생각한다.
3. 소비자 데이터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오디언스 매니저와 고객 데이터 플랫폼
고객 경험을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활동은 결코 이전부터 내려오던 마케팅 활동과 다르지 않다. 메시지 선정, 크레이에티브, 그리고 미디어 믹스가 바로 그 핵심 활동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들 세가지 마케팅 핵심 활동이 근본적으로 이전과 달라진 이유는 의사 결정과 솔루션을 도출하는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서밋에서 어도비는 애널리틱스 클라우드의 새로운 기능도 발표했는데, 특히 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결합한 어도비 오디언스 매니저(Adobe Audience Manager)와 실시간 고객 데이터 플랫폼(Real-time Customer Data Platform, CDP)을 강조했다. 어도비는 이들 솔루션에 직관적이고 자동화된 고객 세그먼트와 함께 여러 채널의 고객 행동에 대한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기능들이 추가되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시간 고객 데이터 플랫폼은 공개 및 익명 데이터를 가져와 고객 여정 전반의 다양한 채널에서 고객 프로필을 실시간으로 활성화한다고 한다. 또한 어도비 애널리틱스(Adobe Analytics)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데이터 모두에서 실시간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게 되었고 뉴 저니 IQ(New Journey IQ)는 고객 여정 전체를 볼 수 있어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한 고객을 타깃팅 할 수 있게 된다.
3. 마케팅의 미래를 바꿀 변수가 될 어도비 센세이의 존재
마케팅 분야에서의 AI의 역할은 인체에서 자율신경계통의 역할과 비슷하다. 마케팅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복잡해 보이는 판단과 반복적인 작업이 뒤엉킨 긴 프로세스인 경우가 많다. 마케팅 분야의 일들은 보다 최적화되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AI에 의해 점점 더 자동화될 것이다.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안에서 어도비 센세이는 고객 여정 안에서 최적의 메시징 타이밍을 잡아주거나, 사용자 행동과 인구 통계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 프로파일을 강화하여 잠재고객과 기존 고객을 세분화하여 타게팅하게 해주거나, 이미지를 해석하고 수정함으로써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재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제작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며 규모에 맞게 개인화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AI가 어떻게 마케팅 분야를 그리고 마케팅 업무들을 바꿔갈지 주목된다.
마무리
어도비 서밋에서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마케팅 기술이 지향하는 방향을 알아봤다.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구매 여정을 가시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시지를 선정하고 크리에이티브의 방향을 잡고 미디어를 최적화하여 선정하여 이를 1회성 캠페인이 아닌 연중 운영모드로 관리하면서 PDCA를 통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고객의 경험을 고도화하는 것이 디지털 마케팅 클라우드 솔루션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바이고, 기업의 크기와 상관없이 마케터라면 누구나 목표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를 포함한 많은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들은 결코 대기업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드디어 마케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타이밍이 되었다.
데이딧 앤 대니의 원문 글 보기: https://bit.ly/2VBI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