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텐트 마케팅은 구매 여정 중인 소비자가 명시적 혹은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의도를 기업이 이해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콘텐츠에 이를 반영함으로써, 소비자 입장에서 이 기업이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의 목적을 “세일즈를 불필요하게 하는 것이며, 소비자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충족시킬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품을 더 팔기 위해 소비자에게 제품의 매력을 알리는 홍보나 판촉 활동을 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의도, 즉 필요와 관심을 파악하여 이를 만족시킴으로써 제품이 저절로 팔려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적이라는 말인데, 이 관점에서 보면 인텐트 마케팅은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마케팅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가진 의도를 이해해서 원하는 것을 소비자에게 선제적으로 제공하자는 마케팅과 애초에 소비자 의도에 대한 이해 없이 이미 잘 나가는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이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을 늘리는 마케팅은 서로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출발한 마케팅입니다. 광고 캠페인을 통해 제품 노출을 늘려 제품을 알려 소비자가 이 제품을 더 많이 더 자주 사도록 만드는 방법론으로서의 마케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비자가 왜 이 카테고리의 제품을 필요로 했는지, 어떤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를 파악해서 이에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채널에서 해당 제품과 만나도록 하여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론으로서의 마케팅이 인텐트 마케팅입니다. 인텐트 마케팅이 이런 접근을 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마케팅스럽지 않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관점에서 더 높은 ROI를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프로모션 중심의 마케팅이 제품 인지도 향상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인텐트 마케팅은 고객과의 관계 심화에 집중합니다. 이를 위해 인텐트 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 여정의 각 단계에서 가지는 다양한 욕구, 고민, 궁금함, 불안함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하는 웹사이트, 커뮤니티, 쇼핑몰, 유튜브, 블로그 등의 미디어를 동시에 파악하여 고객의 심층적인 의도를 이해하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고객이 기대하는 콘텐츠를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있는 채널을 통해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텐트 마케팅은 소비자 타겟팅, 메시지 전략, 매체 전략, 제품 전략, 유통 전략 등을 포괄하는 진정한 통합 마케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텐트 마케팅에는 소비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을 하는 콘텐츠를 구축하는 것, 소비자가 현재 위치한 채널에서 필요한 콘텐츠가 보일 수 있도록 수행하는 콘텐츠 제작, SEO, 소셜 미디어 최적화, 디지털 PR 등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앞 장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텐트 마케팅을 이야기했던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실제 주변의 마케터나 광고주들이 자신들의 입으로 인텐트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입니다. 국내의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시는 업체와의 미팅에 참여했을 때의 일인데, 이 고객이 저희에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마케팅은 인텐트에 기반한 마케팅으로 진행 중인 다양한 마케팅 시책을 이 관점에서 다시 얼라인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인텐트 마케팅은 우리 팀을 벗어나 보편성을 가지기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 인텐트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확산 속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애플이 2021년 4월에 발표한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제고 정책의 발표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에 iOS14.5를 적용하면서 아이폰에 앱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기존엔 자유롭게 트래킹해왔던 아이폰 이용자의 앱에서의 행동 추적을 앞으로는 명시적 동의를 추가해서 받도록 하였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이 정책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것으로만 보이지만, 이 여파로 광고 업계 전체는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앱 추적 투명성 정책 이전엔 누구나 손쉽게 앱 데이터를 활용해서 원하는 타겟에게 맞춤형 리타겟 광고를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만, 이 정책 이후로는 앱들이 앱을 통해 소비자들의 행동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없게 되면서 리타겟팅의 효율이 나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아이폰을 중심으로 리타겟팅 캠페인을 주로 해왔던 퍼포먼스 광고 대행사와 이를 이용했던 광고주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결국에는 구글이 포기한 제3자 쿠키 금지 정책이 크롬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왔던 웹 기반 환경에서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제고 정책과 사실상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 정보를 보유하지 못하면 효율적인 마케팅 캠페인 진행이 어렵다는 결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D2C몰과 브랜드 미디어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캠페인을 위해서 CDP(Consumer Data Platform)의 도입을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2024년 7월에 와서 구글이 수년간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해왔던 제3자 쿠키 금지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상 우리는 앞으로 업계 전체에 어떤 방향의 변화가 생길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요소를 줄이려는 방향으로의 기술적 제도적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 취향을 마음대로 활용해 각 개인들이 어디를 다니던지 쫓아다니는 디스토피아적 광고 시스템은 아무리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마케팅의 주류로 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에는 각 개인의 취향 정보나 프로파일 정보 그리고 웹사이트 방문 히스토리 정보 등을 활용하지 않고, 소비자의 의도와 맥락을 매칭하여 캠페인 성과를 높이는 광고 기법 등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관심사를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검색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비자의 인텐트를 찾아내고 이에 기반한 마케팅을 수행하는 인텐트 마케팅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인텐트 마케팅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국내 검색 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와 구글의 점유율이 2021년 36%까지 국내 점유율을 확보했던 구글이 2024년 현재는 거의 마켓 쉐어가 40%를 넘었고, 아래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네이버와 구글의 점유율은 거의 동일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네이버와 구글이 시장을 거의 5대 5로 양분하게 된 것이 왜 인텐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 것일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브랜드가 네이버에서 트래픽을 얻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뉴스 등에서 매일 매일 이어지는 끊임없는 콘텐츠 생산으로 바이럴 트래픽을 받아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광고입니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구글은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광고 영역과 오가닉 검색 결과 영역이 확실하게 구분이 되어 지속적으로 자연 검색 트래픽을 기업의 홈페이지로 보내줍니다.
구글의 검색 쉐어가 아주 낮았을 때에는 사실 구글의 자연 검색 결과를 통한 트래픽 유입이 사실상 무의미했고 현실적으로 중요한 네이버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 소비자 인텐트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로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 효과가 없었기에 현실적으로 네이버 광고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50%에 가까운 검색 쉐어를 구글이 가지게 된 최근의 상황에서는 고객의 구매 여정에서의 다양한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광고 비용 없이도 자연 유입에 의한 막대한 트래픽 확보가 가능해졌기에 이제는 인텐트 마케팅적인 접근이 현실적인 마케팅 대안이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언뜻 검색엔진최적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제가 강조하는 것은 온라인 정보 유통 채널의 주요 간선도로이자 고속도로의 역할을 하는 검색엔진의 시장 점유율이 바뀌면서 마케팅의 핵심 콘텐츠가 스스로 트래픽을 끌어올 수 있는 웹의 기본적인 기능이 회복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전엔 콘텐츠보다는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데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젠 소비자의 의도에 집중하는 콘텐츠와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고객의 의도를 정확히 포착하여 자사 미디어의 콘텐츠와 광고를 활용해서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퍼포먼스 광고에만 집중하는 캠페인보다 높은 ROI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인텐트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캠페인의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고객사이기도 한 카디프생명의 경우에도 보험 소비자의 구매 여정 상에서 사용한 검색 키워드를 바탕으로 추출한 소비자 인텐트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다양한 질문에 자사 웹사이트 콘텐츠를 통해 대응함으로써 마케팅 캠페인 전반의 효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이외에도 뱅크샐러드와 같은 핀테크 기업, 모두의 연구소와 같은 교육 스타트업, 에버콜라겐으로 유명한 뉴트리몰 등의 기업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인텐트 마케팅을 활용한 케이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직은 초기이지만 마케팅 업계에 의미 있는 지각 변동을 만들어내고 있는 인텐트 마케팅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행동에 감춰진 의도에 대한 정교한 이해와 이 의도에 맥락적으로 어울리는 마케팅 활동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표면적 데이터 이면에 감춰진 고객의 실제 목소리를 분별하여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진짜 욕구와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그에 부합하는 가치를 제안할 때 비로소 시장의 game changer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텐트 마케팅은 그 여정에 있어 나침반이자 방향타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