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세계관과 철학을 전달함으로써,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공간을 설계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체험형 매장이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체험형 공간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여 마케터는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를 배워보도록 합시다.
공간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공간은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변화합니다. 삶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생활 속에 필요한 욕구나 욕망, 또는 미충족 욕구(unmet needs)가 다양하게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름다운 예술품을 가지고 있거나 건축물이 훌륭하거나 서비스가 매우 감동 깊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유니크한 것들이 있는 공간을 찾아갑니다.
욕구를 반영한 공간 트렌드 변화
공간 트렌드① 떠오르는 F&B의 위상
음식의 ‘맛’만큼이나 공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음식만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고, 차를 마시고, 사진도 찍을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갑니다. 이러한 고객의 니즈에 발맞춰 F&B 업계는 기존의 카페와 식당 컨셉을 벗어나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고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 최근 문을 연 디올 성수 콘셉트스토어는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데다 정원과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내부 인테리어 등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카페, 정원, 부티크 등으로 구성된 디올 성수는 자체 앱을 통해 사전예약을 진행되는데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명품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기 어려운 것에 비해 F&B 매장에서는 여유롭게 브랜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간 트렌드② 인증샷 성지 ‘팝업 스토어’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다 접는 임시 매장을 뜻합니다. 판매를 위해 존재했던 기존의 매장과 달리 지금은 소비자들이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기 때문에 브랜드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팝업스토어로 형태가 변해가고 있습니다. 서울과 같은 도심은 물론이고 강원도 같은 곳까지도 각양각색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습니다. 방문객이 적더라도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고 본인의 즐거웠던 경험을 SNS에 공유하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매장에서 제품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매장의 목적은 브랜드 경험입니다.
공간 트렌드를 활용한 공간 마케팅 사례
MZ세대들은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에 더 새로움을 느끼고 흥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들은 MZ세대 트렌드에 맞추어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으려 합니다. 브랜드를 체험하고 사진을 찍고 SNS를 통해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팬이 되는 것입니다.
공간 마케팅 사례① 아모레 성수
아모레 성수 건물 한가운데 위치한 성수 가든에는 다채로운 식물들이 심겨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바위가 놓여 있고 바닥에는 푸른 이끼가 덮여 있어 자연 아름다움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섬세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성수 가든을 중심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바로 ‘가든 라운지’ 입니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체험하고 싶은 뷰티 아이템들을 자유롭게 사용해 보는 것은 물론 중앙 정원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여유 시간을 가집니다.
아모레 성수가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 목적은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종일 돌아다닌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아모레퍼시픽의 립스틱에 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입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아모레 퍼시픽의 립스틱을 온라인 쇼핑몰의 사진만을 통해 만난 25만 명과 아모레 성수에서 온종일 놀며 시간을 보낸 25만 명, 이 두 그룹이 아모레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과연 똑같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과 상품이 만나고 상호 작용하는 공간으로 거부감이 적은 새로운 광고 채널이자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공간 마케팅 사례② 팝업 그로서
팝업 그로서는 오프라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트렌디한 제품들로 공간을 채워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합니다. 팝업 그로서의 핵심은 해당 지역에 사는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제품들로 매장을 채운다는 점입니다. 팝업 그로서에는 약 150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이들 브랜드는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MZ세대가 중시하는 비건, 친환경, 성평등 등의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제품이 많습니다.
팝업 그로서의 주요 고객은 20~30대의 고소득 여성으로, 이 타깃 그룹에 자신들을 알리고 싶은 브랜드들이 팝업 그로서에 입점합니다. 즉, 팝업 그로서는 물건을 파는 매장이기도 하지만, 어느 매체보다도 훌륭한 광고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팝업 그로서는 오후 7시에 슈퍼마켓 영업을 마감한 후, 각 브랜드의 시식회나 세미나 등 고객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이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이 많이 공유되고 잠깐 화제가 되는 단순 바이럴 마케팅과는 또 다른 효과를 가집니다. 팝업 그로서에 입점한 브랜드의 스토리와 철학을 부각해줌으로써 충성 팬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성공하는 공간 마케팅 전략
마케터는 왜 공간 트렌드에 주목해야 할까?
마케터는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합니다. 소비자들이 새롭게 갖게 된 니즈는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떤 산업이 성장할 것인지 등을 논리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소비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체험이 연결될 때, 양쪽 모두에서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얻으며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충족시키기 어려운 실재감과 인상적인 체험은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브랜드와 제품을 체험하고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이렇게 브랜드의 팬이 된 고객은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도 해당 브랜드를 신뢰하고 찾게 될 것입니다
이제 입지가 좋은 곳에 있기 때문에 팔리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소비의 주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 또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매장은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온라인 채널 역시 오프라인의 채널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서로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참고 자료
- ‘트렌드’ 쫓지 말고 ‘OO’에 주목하세요 : 송길영의 2023 트렌드 분석 https://www.youtube.com/watch?v=aZAz7eaeH0g
- 책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정희선, 2022
- [이승윤의 ‘공간은 경험이다’] 미를 발견하고 사색하는 공간, 아모레 성수https://www.chiefexe.com/news/ArticleView.asp?listId=Mjk4M3x8bGltaXRfZmFsc2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