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처한 위기의 본질

메타가 처한 위기의 본질

최근 ‘메타’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조한 실적에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메타버스 사업도 아직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의 업데이트에 불만을 품고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서 서명 운동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메타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대체 메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요약

  1. 원 팀이 되지 못하는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
  2. 애플과 구글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
  3. 독과점에 막힌 인수 전략 과 무분별한 모방 전략

1. 안팍으로 고전 중인 메타

메타의 주가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최근 메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아주 불안합니다. 올해 초 고점 대비 5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7월 말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참담 그 자체였습니다. 매출이 1년 전보다 1% 감소한 288억 2,200만 달러 한화 약 31조 9,000억 원입니다. 감소 폭은 작지만,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건 메타 역사상 처음입니다. 순이익은 3분기 연속 감소세입니다. 2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무려 36%나 줄었습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습니다. 메타가 밝힌 3분기 매출전망치는 260억~285억 달러 수준으로 월가 예상치 303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칩니다.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리얼리티 랩스’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4억 5,200만 달러 (한화 약 5,940억 원)을 기록한 것이 위안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상황입니다. 2분기에도 리얼리티 랩스의 순손실은 28억 달러입니다 (한화 약 3조 6,800억 원)입니다. 메타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메타버스 관련해 200억 달러 넘게 투자했는데 그 결과는 2021년 한 해에만 100억 달러의 손실이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자신도 최소 10년은 더 투자해야 할 것이라 시인했을 정도로 메타버스는 아직 시간이 오래 걸릴 시장입니다. 여기에 ‘리브라’,’디엠’ 전자지갑 서비스 ‘노비’ 등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도 성과를 못 내고 있고 VR 업체 인수 시도는 미국 연방거래 위원회의 소송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까지 ‘메타의 인위적인 메타버스 생태계 건설 움직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는 등 누구 하나 편들어 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향 전환에 투자자들뿐 아니라 메타 직원들까지 적잖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올인’을 했지만, 리얼리티 랩 소속이 아닌 대부분 직원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인지 회사의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셰릴 샌드버그를 소개하는 이미지 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메타 이인자 셰릴 샌드버그 COO가 사임을 선언한 것도 메타버스로의 전환에 대한 의견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메타버스’란 도박에 뛰어든 와중에 본업인 소셜미디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혼란스러움을 불러온 셈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메타의 위기는 그동안 페이스북으로써 겪었던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정체성의 위기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흔들리는 본업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위험 요소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용자 증가세 둔화

메타의 활동 사용자 수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출처 : statista


2021년 4분기 페이스북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회사 18년 역사상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올해 1분기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탄탄한 증가세를 유지해왔지만, 서서히 곡선이 꺾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틱스타에 따르면 2021년 인스타그램 12억 1,000만 명으로 2020년과 비교해 1억 7,000명이 증가했지만 2025년이 되면 전년 대비 4,000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란 예상입니다.

둘째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

애플의 앱 추정 투명성 정책을 표시한 이미지 입니다.
출처 : 애플 지원

메타 매출의 약 97%는 광고에서 나옵니다. 메타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애플이 개인정보를 추적할 때 반드시 이용자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조처를 하면서 이런 모델이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자신의 온라인 활동을 모니터링한다는데 이용자들이 쉽사리 동의할 리가 없으니까요.
메타는 애플 때문에 손해 본 광고 수익이 올해만 1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메타의 광고효과가 떨어지면서 광고주들이 예산을 구글로 옮기는 추세인데다 구글 역시 앱 추적 금지 정책을 내놓았으니 메타로서는 이중 삼중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셋째 틱톡

틱톡의 로고입니다.

10년 전엔 대학생들 즉, 젊은 층이 사용하는 앱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를 틱톡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미국 Z세대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쓴 시간은 1주일 평균 5시간인데 반해 틱톡 일주일 평균 사용 시간은 10시간 이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는 10대 사용자 수가 감소하는 것에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021년 3월 메타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년간 미국 10대 사용자 수가 19% 감소했고 2023년까지 추가로 45%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들이 대신 몰려가서 놀고 있는 곳이 틱톡이라는 겁니다.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으니 사용자 수가 늘어나기 힘들고 젊은 층이 즐겨 쓰는 틱톡에 광고하려는 브랜드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틱톡이야말로 현재 메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입니다.

3.메타의 해결책 = 틱톡 모방?

틱톡을 견제하기 위해 메타도 동영상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020년 출시한 인스타그램 릴스입니다. 1분 이내 짧은 영상을 편집해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틱톡처럼 좋아하는 노래나 오디오클립을 검색해 집어넣을 수 있고 다양한 스티커나 텍스트로 영상을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사용법 피드 페이지까지 UI도 틱톡 판박이라는 평가입니다.
메타는 릴스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올해 2월 페이스북에서도 릴스 서비스를 출시하고 4월에는 인스타그램에서 공유되는 모든 동영상 게시물을 릴스로 일원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인스타그램 앱 업데이트가 일부 사용자들에게 시범 적용했는데 팔로워들의 사진 게시물 대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추천된 릴스 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형태로 피드 디자인이 수정됐던 것입니다.
틱톡처럼 영상이 곧바로 전체화면으로 재생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자 참다못한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답게 청원을 올린 사진입니다.
출처 : https://www.digitalcameraworld.com/news/make-instagram-instagram-again-supported-by-kim-kardashian-and-kylie-jenner

내 친구 사진을 보려고 들어오는 곳에서 생판 모르는 남의 영상을 왜 보고 있어야 하냐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한 사진작가가 틱톡 따라 하기를 멈춰달라며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답게’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각각 3억 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사 카일리 제너와 킴 카다시안까지 동조하면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서명한 사람이 30만 명을 넘었습니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동영상 사용자가 늘어나는 흐름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알고리즘 추천 게시물 노출 빈도를 줄이겠다고 밝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보다 동영상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분명하고 기술력이 향상됐다고 느껴지는 시점에 다시 동영상 노출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한 걸 보면 인스타그램을 사진 공유 앱이 아닌 동영상 플랫폼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뜻은 굽힐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4. 메타의 해결책은 항상 인수 or 모방이었다.

인스타그램, 와츠앱, 스냅챗의 로고를 나타낸 이미지 입니다.

릴스는 출시 때부터 틱톡 카피캣이라는 비판을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메타가 당당하게 릴스를 자사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는 이유는 그게 바로 메타가 성장해온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메타 서비스를 위협할 것 같은 신생 회사가 있으면 인수해버리고 그게 안 되면 철저하게 모방하는 것을 반복해 왔습니다.
마크 저커버그의 가장 특출난 능력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회사를 알아보고 전혀 부끄럼 없이 그들의 핵심 기능을 아주 잘 복제한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2012년 메타, 당시 페이스북은 창업 2년 차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당시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공동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에게 자신이 현재 페이스북 카메라 앱을 개발 중이며 당신은 경쟁과 파트너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회사를 팔지 않으면 인스타그램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이었던 셈입니다.
2014년 왓츠앱을 인수한 것도 왓츠앱의 엄청난 성장세를 견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친구와 문자 사진 영상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는 왓츠앱은 페이스북과 하는 일이 상당수 겹쳤기 때문입니다.
최대 피해자는 스냅챗입니다.
저커버그의 30억 달러 인수 제의를 거절했더니 정말 집요하게 스냅챗 기능을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사진과 비디오가 24시간 이내 사라지는 기능인 스토리를 장착한 것입니다.
스냅챗이 3년 전 시작한 것으로 이름도 똑같았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스냅챗을 베낀 결과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용자 수는 순식간에 스냅챗 스토리 사용자 수를 추월했습니다.

BeReal의 로고입니다.

최근 모방하고 있는 대상은 틱톡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얻고 있는 “Be Real”이라는 앱이 있는데요.
하루 한 번 무작위로 알림이 울리면 그 즉시 전면 후면 카메라로 2분 안에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입니다.
필터나 보정 없이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인스타그램의 듀얼카메라 모드와 비 리얼의 화면을 비교한 이미지 입니다.
출처 : https://petapixel.com/2022/07/29/instagram-launches-new-dual-camera-feature-similar-to-bereal

그런데 최근 메타는 이 전면 후면 촬영 기능을 듀얼카메라모드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릴스에 적용했습니다. UI를 보면 두 개가 마치 똑같은 서비스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즉, 경쟁상대의 핵심 기능을 가져다 네트워크의 힘으로 더 많이 사용되게 하는 것이 지금껏 메타가 최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방법이라는 겁니다.

5. 벽에 부딪힌 필승 전략

그런데 이렇게 필승 공식처럼 보였던 인수 및 모방전략이 이제는 오히려 메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일단 인수 전략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독과점 이슈 때문에 왓츠앱 인스타그램 인수까지 도마 위에 오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인수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 GIPHY는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또 계속된 모방 때문에 메타가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거셉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메타의 업데이트 방침에 반발하는 이유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이 애초에 전혀 다른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은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팔로우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게시물을 보는 곳입니다.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소셜미디어로 설계된 플랫폼입니다.
반면 틱톡은 동영상 감상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만든 흥미로운 영상을 보는 곳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본다는 행위만 놓고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사용자들이 앱에 접속하는 이유가 아주 다르다는 겁니다.
스냅챗의 기능을 모방했을 땐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친구가 올린 게시물이 아닌, 그냥 재미있는 영상을 보려면 틱톡에 가면 되니 굳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영상을 볼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메타는 릴스가 굉장히 잘 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뜯어보면 대부분이 틱톡에서 인기 있는 영상을 모아 보여주는 익명 계정들이라고 합니다.
BeReal의 기능을 모방한 것은 그 의미도 모른 채 기능을 베끼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입니다.
BeReal의 인기는 전면, 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는 기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꾸미지 않는 순간을 공유하자는 안티 인스타그램 철학에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렇게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존중도 없이 기능만 베껴오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메타가 혁신을 만들 능력조차 잃어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치며…

뉴욕타임스 인기 IT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지난 2월 페이스북의 가장 큰 문제는 혁신이다.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그들은 이제 성공적인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메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 대부분은 다른 회사에서 발명한 것이다. 친구의 업데이트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하는 뉴스피드 이후 저커버그가 진정으로 획기적인 것을 만든 적은 없다.” 등 비판이 매섭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의 발명품에만 집착해온 탓에 이제는 복제 능력까지 고장 난 듯하다고도 평가합니다. 아마 많은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메타의 미래를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파하드 만주는 또 VR 베팅에 대한 가장 큰 질문은 페이스북 초기의 혁신 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메타의 기존 슬로건인 “MOVE FAST AND BREAK THINGS” 즉 빠르게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정신 대신 새로운 슬로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MOVE FAST AND MAKE THINGS“입니다. 이제는 빠르게 움직여서 뭔가를 직접 만들어 내야 할 때라고 언급했습니다. 그게 메타버스이든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든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NEXT BIG THING을 직접 창조해 낼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한다면 메타의 위기는 앞으로 더 길어질지 모릅니다.

다른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의 현황을 알고 싶으시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계획을 통해 본 미디어 사의 방향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메타의 위기는 정체성이라는 본질적 위기를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