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 처음 등장한 ‘필환경’이라는 단어 많이 들어보셨죠?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집필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환경에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을 넘어 환경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는 소비자 그린슈머와 기업의 마케팅에 대해 살펴봅시다.
그린슈머 뜻
그린슈머(Greensumer)란 녹색을 뜻하고 환경을 상징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입니다. 상품을 선택할 때 가격이나 품질만 따지지 않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지를 보고 선택하는 소비자를 말하며, 우리말로는 ‘녹색 소비자’, ‘친환경 소비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린슈머의 주요 특징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조금 더 비싼 제품을 소비할 의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 광고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51%의 소비자는 ‘비용을 더 내더라도 친환경 브랜드와 환경에 좋은 상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제품의 생산 방식, 포장재, 원료 등의 친환경성을 고려하며, 친환경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을 선호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이 많이 늘어나면서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린슈머의 비중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1년간 ‘그린슈머’ 키워드의 검색량 또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상단 이미지 참고). 검색 연령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그린슈머 수가 가장 많은 집단은 MZ세대입니다. 마케터라면 이들의 소비패턴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밀레니얼(M) 세대는 현재 친환경 가치를 주도하고 있으며 친환경 제품의 주된 소비층입니다. Z세대는 아직 주요 경제 활동층이 아니기 때문에 높은 친환경 가치가 소비로 직결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세대에(특히 부모 세대 격인 X세대) 사회적 가치를 전파해 구매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소비자 중 그린슈머는 약 53%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약 20%나 높아졌습니다. 이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이 종료되어도 MZ세대와 재택근로자의 소비패턴은 환경적 요소에 높은 관여도를 보일 것이며, 이들의 친환경 소비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린슈머와 친환경 마케팅
이처럼 친환경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자 전 세계 주요 산업들도 친환경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30년, 글로벌 친환경 경제가 약 10조 달러 규모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고 4억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환경 관련 이슈가 기업에서 자꾸 등장한다는 것은 그 내용이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한다는 걸 기업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윤리적인 소비와 가치 소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2020년대 소비자들이 이제는 환경으로 그 관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친환경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그린워싱(Green washing)을 경계하고, 리얼그린(Real Green)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린워싱은 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씻는다는 뜻의 ‘워싱(Washing)’의 합성어입니다. 마치 이미지 세탁을 하듯, 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환경에 이로운 것처럼 내세워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는 걸 말합니다. 환경을 위하는 ‘척’을 한다고 해서, ‘위장환경주의’라고도 하는데요.
‘리얼그린’은 그 반대의 개념으로, 진정으로 환경을 위하는 방법입니다.
그럼, 그린워싱과 리얼그린의 사례를 확인해 볼까요?
친환경 마케팅 사례
그린워싱 사례
-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오염 물질을 적게 내뿜는다는 의미로 자신들의 디젤(=경유) 자동차를 ‘클린 디젤’이라고 홍보했는데요. 실제로 조사했더니 오염 물질이 기준치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게 밝혀져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후 이 일은 ‘디젤 게이트’라고도 불리며, 그린워싱의 대표 사례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 SK E&S의 ‘탄소 없는 LNG’: 에너지 기업인 SK E&S는 자신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탄소 없는 친환경 LNG’라고 광고해 그린워싱 지적을 받았습니다. SK E&S는 가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일부 잡아 가둔다는 이유로 이런 표현을 썼는데요. 이때 결국 모으는 것보다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탄소 없는’, ‘친환경’ 같은 말은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죠.
- 이니스프리의 ‘아임 페이퍼 보틀’: 화장품 회사 이니스프리도 제품 이름과 광고 문구에 ‘페이퍼 보틀(paper bottle, 종이 용기)’이라는 말을 썼다가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제품은 안은 플라스틱, 겉은 종이로 만든 용기를 썼는데요. 이니스프리가 ‘페이퍼 보틀’이라는 말을 내세우자, 소비자는 이 제품이 종이 용기로만 이루어진 거라고 오해한 것입니다.
리얼그린 사례
- 롯데칠성음료의 ‘무라벨 생수’: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무라벨 생수는 롯데칠성음료에서 최초로 출시하였습니다. ‘아이시스 8.0 ECO’는 1년 새에 판매량이 500% 급증하였으며, 뒤이어 GS25에서 출시한 무라벨 생수 ‘PB 생수’도 성공적인 매출 신장률을 보였습니다. 동일 기간 라벨이 부착된 생수의 매출은 약 15~29% 오르는 데에 그쳤기에, 무라벨 생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파타고니아의 ‘사지마’ 문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과거 ‘이 재킷을 사지 마라’는 광고 문구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서 옷을 만들어도, 제작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고 후에 폐기물이 되어버리기에 기존 제품을 오래 입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처럼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성으로 이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40% 급성장했습니다.
- 수미김의 ‘플라스틱 트레이 없는 김’: 수미김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업계의 전통적인 포장 방식을 버리고 도시락 김에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했습니다.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자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갈 곳을 잃은 ‘쓰레기 대란’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 약 1억 8천만 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김 제품 포장기 자동 라인을 마련했습니다. 1년 반 동안 플라스틱을 무려 23톤이나 줄이게 되었는데요. 포장뿐 아니라 맛에서도 친환경 전략을 유지하는 노력에 입소문을 타 매출이 약 17% 상승했습니다
그린슈머와 비건
그린슈머가 많아지며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채식주의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비건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CFRA에 따르면 2018년 약 22조원이었던 세계 대체육 시장이 2030년에 116조 원대로 성장한다고 전망했습니다.
‘비건패션’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도 친환경 소재를 통한 의류를 제작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가죽/모피/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퍼 프리 운동’이 등장했습니다. 기존의 동물성 소재를 인공 소재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비건화장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건화장품은 화장품 제조 가공 단계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입니다. 2019년 코스메틱 브랜드 멜릭서의 환경친화적인 제품 선언 이후 비건에 대한 국내 시장에 관심도도 증가했는데요. 특히 오래 전부터 떠올랐던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모든 화장품 업체들의 필수 과제로 떠오르며 자연스레 비건에 대한 관심도가 오르게 되었습니다.
정리하며
이제 ‘친환경’, ‘지속가능성’, ‘필환경’과 같은 단어들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친환경 마케팅을 내세워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도 좋지만, 앞서 살펴본 그린워싱 사례처럼 마케팅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경계해야 할 지점입니다. 소비자들은 훨씬 더 똑똑하고 꼼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어센트코리아에서 작성한 ‘ESG 경영 우수 사례로 알아보는 스타벅스 친환경 마케팅’도 읽어보세요.
<출처>
- “필(必)환경을 아시나요?”, 어린이 경제신문, 2020.11.05
- 임지훈, 친환경 소비시대, “부상하는 그린슈머를 공략하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2.04.25
- “그린슈머를 타겟으로 한 친환경 마켓팅, 진짜 친환경일까?”, 너겟(B-Journal), 2022.06.11
- 이한, “[환경경제 용어사전 ⑯] 필환경 ‘그린슈머’는 무엇을 위해 지갑을 여는가”, 환경경제신문 그린포스트코리아, 2020.11.20
- “그린워싱, 어떻게 생각해?”, NEWNEEK, 2022.07.06
- “친환경 브랜드, 환경을 지켰더니 매출이 뛴다?”, dokdok, 2021.11.01
- 김동수, “‘김’ 포장에 플라스틱 안 쓰는 허선례 수미김 CEO”, Insight Korea, 2021.06.02
- “환경을 위한 착한 소비, ‘그린슈머’”, 삼양 블로그, 2021.10.29
- 허재성, “비건화장품, ‘착한소비’ 넘어 ‘똑똑한소비’ 필요하다”, 코스인코리아닷컴, 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