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세리자와 렌님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복습하는 맘으로 글로 정리해봅니다.
금과옥조 처럼 믿어왔던 STP (시장 세분화, 타겟팅, 포지셔닝)이론을 포함한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에 의심을 품게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불확실한 성과에 머물면서 “과연 내가 알던 마케팅 전략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마케팅 원칙들이 실제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통념’에 불과했기 때문은 아닐까? “고객 로열티를 높이면 브랜드가 성장한다”, “기존 고객 유지가 신규 고객 유치보다 비용 효율적이다”, “강한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를 이끈다” 이런 말들은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어디서나 자주 들을 수 있는 마케팅 교과서 같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실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남호주대학교 에렌버그-바스 연구소와 바이런 샤프 교수 등이 수십 년간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통념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에비던스 기반 마케팅(EBM)’은 전 세계 다양한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실제 소비자 행동 패턴에 기반을 둡니다.
이들은 브랜드 성장의 진짜 원동력은 신규 고객이라고 주장합니다. 21개 카테고리, 353개 브랜드, 5년간의 성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로열티가 높아도 침투율(시장 점유율)이 낮으면 브랜드는 성장하지 못하지만 로열티가 낮아도 침투율이 증가하면 브랜드는 성장합니다. 최고의 결과는 물론 침투율과 로열티가 동시에 증가할 때 나타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브랜드 초기 성장 단계(시장 점유율 0~5%)에서는 성장의 92%가 침투율 증가, 즉 신규 고객 확보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인 대형 브랜드에서도 여전히 성장의 절반 이상은 신규 고객에서 옵니다.

“우리 충성 고객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은 사실 반쪽짜리 진실입니다. 상위 20% 고객이 매출의 50~60%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헤비 유저’의 지속률은 50%에 불과합니다. 즉, 올해의 헤비 유저가 내년에도 헤비 유저로 남아있을 확률은 반반이란 말입니다. 마케팅만으로 헤비 유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리는 순간을 잡으라는 말입니다. 어떻게 신규 고객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답으로서 제시되는 것이 바로 CEP(카테고리 진입 포인트) 확장 전략입니다. 있습니다. CEP는 소비자가 제품을 떠올리고 구매하는 순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이 간식”, “스트레스 받을 때”, “영화 볼 때”, “에너지가 필요할 때” 등 다양합니다. 연구 결과,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CEP가 많을 수록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는 “초콜릿하면 어떤 브랜드를 떠올리지?”라고 묻는데, 이게 아니라 마케터는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브랜드를 떠올리지?”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는 상황에는 어떤 것들이 있지?”를 고민하며 이를 늘려가야하는 것입니다. 즉, 소비자는 특정 순간(CEP)에서 브랜드를 떠올리기 때문에, CEP가 늘리면 자신의 브랜드가 선택받을 기회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성공적인 CEP 전략의 예로 일본의 야쿠르트1000을 들 수 있습니다. 기존 일본 내의 야쿠르트 음료는 “장 건강”이라는 CEP를 공략했었습니다. 반면, 일본의 야쿠르트1000은 “수면 개선”이라는 새로운 CEP에 포지셔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품 확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접근은 야쿠르트1000의 브랜드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를 이끈다”는 말은 언뜻 옳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 데이터로 검증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로 한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 즉, 침투율이 높아지면 브랜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서 향상됩니다. 침투율이 높은 브랜드는 품질, 신뢰성, 혁신성 등 모든 이미지 속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이미지 속성 또한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침투율이 낮은 브랜드는 어떤 속성이에서든 낮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미지가 없다가 가장 높은 경우를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여년 전 일본에 갤럭시가 처음 출시되면서 시장을 리딩하던 애플의 아이폰과 싸울 때에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약한 브랜드들이 TV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여 판매를 늘려보려는 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 침투율 증가 없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품질이 우수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 메시지는 공허합니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하면 제품에만 자신이 있다면 초기에 침투율을 과감하게 높이는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브랜드 구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태도와 행동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태도(브랜드에 대한 생각)는 실제 구매 행동의 14%만 설명합니다. 즉, 태도를 바꾼다고 해서 소비자 행동이 자동으로 변해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신제품 출시? 처음부터 빠르게 공략해야합니다. 비즈니스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즘(Chasm)’ 전략은 “혁신 제품은 초기 고객(이노베이터와 얼리어답터)을 먼저 공략한 뒤 대중 시장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소비재 시장에서 이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비재(비내구재) 제품은 출시 직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점점 둔화되는 오목형(Concave) 성장 패턴을 보입니다. 또한 트라이얼 고객(초기 구매자)과 일반 고객의 프로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일상에서 사용할 일반적인 소비재라면 특정 초기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처음부터 대중적인 침투율 전략을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광고 효과도 신제품 출시 직후가 가장 크며, 시간이 지날수록 광고 효과는 감소합니다. 따라서 신제품 출시 시 초기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브랜드 성장을 위한 실용적 전략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신규 고객 확보에 집중하세요:
로열티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성장의 핵심은 침투율 증가입니다. 신규 고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2. CEP를 확장하세요:
소비자가 제품을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을 늘려야합니다.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과 함께(With What), 왜(Why)” 등 다양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전략을 설계해야합니다.
3. 이미지를 각인시켜려하기보다 실질적인 차별화에 투자해야합니다:
모호한 브랜드 이미지보다 제품의 실질적 특성과 소비자 목적/문제 해결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제는 차가운 물에서도 잘 녹는다”와 같은 구체적 차별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신제품은 초기에 집중 투자하라:
소비재 신제품은 출시 초기에 성장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초기에 마케팅과 유통을 집중하여 빠르게 침투율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5. 볼륨 성장과 마진 성장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규 고객 확보(볼륨 성장)와 고객당 매출 증가(마진 성장)는 서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각각 별도의 전략과 KPI로 관리해야합니다.
마케팅 업계에 넘쳐나는 일반적인 통념은 대부분 시장 점유율을 이미 크게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를 넘어서야 합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한 것 처럼, 바이런 교수의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은 우리가 오랫동안 믿어왔던 많은 통념을 뒤집습니다. 특히 “로열티가 성장을 이끈다”,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를 유도한다”는 믿음은 실제 시장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마케팅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요소가 브랜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케팅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고 싶다면,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에비던스 기반 마케팅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접근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