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텐트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고객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의 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기업들은 CRM 데이터, 표적집단면접(FGI), 표적집단토의(FGD), 웹로그 분석, DMP 데이터, 소비자 관찰 데이터, 소셜 미디어 분석 데이터 등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분석 방법을 통해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방식으로 확보한 데이터는 저마다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함에 있어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보유한 CRM 데이터나 웹로그 데이터는 자사의 기존 고객의 크기에 제한을 받는 데이터로서 그 표본의 크기가 시장 전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작을 수밖에 없어서 아직 고객이 아닌 미(未)고객에 대한 파악을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전문 리서치 회사의 도움을 받아 실행하는 표적집단면접(FGI), 표적집단토의(FGD) 등도 그 패널 수를 생각하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간 미(未)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관심을 가졌던 데이터가 바로 전수 데이터에 가까운 소셜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으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셜 리스닝 데이터입니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한 글에서 특정 키워드와 이 특정 키워드와 함께 노출되고 있는 다른 빈출 키워드를 카운팅하는 정량 분석과 긍부정 분석 등을 통해서 우리들은 일반 대중이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에 만족하고 실망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남의 시선을 전제로 작성되는 공개된 소셜 포스트에 올라간 텍스트들은 소비자들의 내밀한 욕구나 고민을 담아내기는 어렵기에 그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소셜 리스닝은 소비자 이해를 위한 데이터로서의 위상으로서는 그 등장 초기의 기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검색엔진에서 확보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색 데이터는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검색행위를 하였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검색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검색행위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것으로 그 형태가 숫자(월간 검색 볼륨)나 텍스트(검색 키워드) 혹은 그래프(검색 경로)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 데이터도 어떤 의도 때문에 발생한 검색 행위가 추상화된 것이기에 이를 모아 분석한다고 해도 완벽한 검색 의도의 재현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의 수가 충분하다면 우리는 이 검색 데이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봄으로써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검색을 한 것인지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검색 데이터가 매력 있는 두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소비자들이 검색엔진에 가장 적나라한 자신의 욕구와 관심사를 남을 신경 쓰지 않고 고스란히 입력한다는 점입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검색창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바로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장 솔직한 데이터, 바이어스 없는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검색 데이터에는 소비자들의 가장 적나라한 욕구와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검색창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곤 합니다. 관심 있는 제품의 구체적인 기능은 물론, 잠재적 구매 계획이나 고민거리까지 낱낱이 검색창에 털어놓습니다.
가령 ‘갤럭시 버즈 프로 배터리 수명’, ‘에어팟 맥스 노이즈 캔슬링 성능 비교’ 등 한 제품의 특정 기능이나 속성에 대한 검색이 증가한다면, 이는 곧 소비자들이 무선 이어폰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구매 요인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또한 ‘브라운 면도기 9시리즈 할인’, ‘브라운 시리즈9 프로 사은품’ 등의 키워드에는 가격에 예민한 잠재 고객들의 세부적 니즈까지 담겨 있습니다. 실제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소비자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검색어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존의 어떤 조사 방법론으로도 포착하기 힘든 차원의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응답자의 기억에 의존하거나 사회적 승인 욕구에 영향받기 쉬운 서베이와 달리, 검색은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셈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검색어(이 안에 포함된 개별 단어들)만이 아니라, 관련 검색어와 연결된 다른 데이터까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면 보다 입체적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키워드의 월간 검색량, 연간 검색량, 3개월간의 증감, 남녀 비율, 연령 비율, 검색 경로, 연관 검색어, 검색 결과 페이지(SERP) 등의 정보가 모두 이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검색결과 페이지(Search Result Page)에 노출 중인 상위 콘텐츠의 유형과 토픽과 구성 역시 소비자 인텐트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예컨대 ‘베스트 OO’ 목록이나 제품 비교 콘텐츠가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면, 해당 키워드 검색 이용자의 상당수는 능동적인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 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브랜드 스토리나 뉴스 기사 위주로 나열되어 있다면 그만큼 정보 탐색 초기 단계의 잠재 고객이 많다고 볼 수 있겠죠. 이처럼 검색 키워드와 연관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할 때 비로소 표면적 통계 이면에 감춰진 고객의 진짜 욕구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검색 데이터는 특정 국가의 독점 혹은 과점하고 있는 검색엔진으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하면 해당 국가의 대부분의 국민을 커버하는 전수 데이터라는 점입니다. 검색 데이터는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포털이나 검색 엔진에 축적되는 방대한 양의 질의어와 클릭 정보를 일컫는 빅데이터입니다. 마케터들이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중에서 과연 전체 소비자를 커버하는 전수 데이터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하면 검색 데이터의 매력이 왜 절대적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자칫 개별 이용자를 식별할 수 없는 상태의 검색 데이터라면 개인 정보 보호의 관점에서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계 처리 등으로 비식별화 처리된 검색 데이터라면 개인 정보 침해의 우려 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데이터가 됩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구글과 네이버에서 연중 한 달에 약 150억 회 전후의 검색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검색 디바이스가 이미 편재화되어 있는 상태이고, 하루 24시간은 늘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 표에서 보듯이 검색량은 연중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말은 150억 번의 검색을 구성하는 1억 8천만 개의 검색어를 모아서 분석한다면 우리들은 있는 그대로의 한국인의 고민과 욕구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검색 데이터 분석이라면 사실 많은 분들이 구글 트렌드나 네이버 데이터 랩에서와 같은 검색량의 변화 분석을 떠올립니다. 검색량 분석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단편적인 검색량 수치만으로는 소비자의 깊은 마음속의 의도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문맥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검색어와 검색어 시퀀스 그리고 검색 결과 콘텐츠를 분석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와 기계학습 등의 분석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더해진 상태에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우리들은 소비자 의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검색 데이터에서 찾은 소비자 인텐트에 기반해서 소비자가 만족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인텐트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색 데이터는 그 데이터의 크기와 정확성 그리고 분석 가능성과 이해의 난이도 측면에서 소비자 인텐트를 분석함에 있어 최상의 데이터 소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본이 아닌 전수 데이터이기에 시장을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대표성이 높을 뿐 아니라, 남들이 볼 염려가 없는 검색이라는 특징 때문에 바이어스 등의 노이즈가 개입될 여지도 적습니다.
무엇보다 원자화된 검색 데이터 조각들을 조합하고분자화된 검색 경로를 통해 소비자 행동의 맥락과 페르소나 그리고 소비자들의 제품 소비의 TPO(Time, Place, Opportunity)를 파악하여 시장 조사, 제품 기획, 및 제품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 모든 마케터들에게 검색 데이터에서 소비자 인텐트를 파악하는 일은 기본적인 업무 소양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환은 곧 우리 마케터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합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만 보지 못했던 세그먼트를 찾아 기존 제품의 판매를 극적으로 늘릴 마케팅 기회를 발견하는 일이 주니어 마케터들에게 당연한 듯 요구될 것입니다.
검색 데이터에서 파악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원점이 바로 검색 데이터에서 추출하는 소비자 인텐트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