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대 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데이터 분석이라는 단어가 우리들의 일상 속에 너무 깊숙히 들어와 버렸습니다. ‘감’이라는 말은 비즈니스에서 사장된지 오래고, 어떤 직무에도 데이터라는 말이 붙으면 신뢰도가, 더 나아가서는 연봉까지도 급격하게 올라가곤 합니다. 우리는 바야흐로 대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우리가 마케팅을, 더 나아가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데이터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우리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는 어느 상황에서나 해답을 알려 주는 만능 열쇠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꽤 자주 실수를 합니다.
데이터 만능주의
우리는 가끔, 아니 어쩌면 꽤 자주 숲보다 나무에 집중하곤 합니다.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숲에서도 마치 각각의 분야갸 양립 불가능한 영역인 것처럼 착각하곤 하죠. 머리로는 모든 분야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케팅의 어떤 한 분야가 유행하면 다른 분야들을 비교적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마치 가장 중요한 것인 양 생각하게 됩니다.
데이터 만능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마케팅 시장에서 개인정보 이슈가 대두되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이 점점 떨어지자 사람들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대체제를 찾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소결론은 브랜딩과 CRM이었습니다(최근에는 SEO와 콘텐츠가 새로운 대체제로 떠오르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딩이 ‘맞다’. 엄밀히 따지면, 이 생각은 틀렸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데이터 만능주의에 빠지게 되면 스토리텔링과 경험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내가 보는 숫자에만 매몰되게 됩니다. 데이터는 인사이트를 찾기 위한 재료이지 그 자체가 해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한 분야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실수를 경계해야 합니다.
데이터 분석 도구에 대한 집착
마케팅 업계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솔루션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솔루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세련된 디자인과 기능들에 감탄할 때도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멋져 보이는’ 솔루션을 내가 직접 사용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업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나의 필요를 깊게 고민하고 그 솔루션을 도입한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내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도입한 솔루션이 오히려 짐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처음 접하면 온갖 통계 용어와 생전 처음 듣는 프로그래밍 언어들에 질식당하곤 합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와 그를 위해 왜 이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입니다.
끼워맞추기식 데이터 분석
유저가 공감하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유저를 설득하기 용이하기도 할 뿐더러, 실제로 내가 생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변수가 있었는지를 복기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만든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비즈니스에서 굉장히 치명적인데, 의사결정권자의 판단력을 흐릴 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이라는 일 자체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려고 하면 굉장히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숫자들이 넘쳐납니다. 이 숫자들을 조합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아마 100명이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100가지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리고 데이터 드리븐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 데이터를 단순히 ‘내가 이미 정해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치트키’으로 생각해서는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
꼭 데이터 관련 직무나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는 모두에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마케팅 성과를 해석하고 다음 전략을 짤 때, HR 직무라면 리소스를 예측하고 인사 계획을 수립할 때, 영업 직무라면 영업 성과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도출해 이후 영업 전략을 수립할 때, 특히 비즈니스 상단의 전략적인 차원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데이터는 비즈니스와 불가분의 관계가 됩니다.
계속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내 일에서 한 발 떨어져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데이터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