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앙 50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당시 손석희 대표가 “뉴스룸의 변화”라는 제목의 강의 했었습니다. 이 때 이 강의를 들으며 내용이 조아서 페이스북에 내용을 요약해서 적어두었던 것을 다시 “경청”블로그에 옮겨봅니다. 7년이 지났지만우리가 바라는 언론의 모습을 잘 담아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강의의 제목은 “변화하는 미디어의 환경 속의 언론의 과제”가 더 어울릴 것 같아. 이 글의 제목은 그렇게 붙혀봤습니다.
1. 대중은 뷰어에서 유저로 그리고 센더로 변했습니다.
2010년 …..9월에 곤파스가 몰려왔는데 당시 라디오 방송 진행 중이었습니다. 라디오는 가장 아날로그 적입니다. 그런데 새벽에 2시간 프로그램 진행 중 곤파스 속보를 전할 때 제가 가장 의지한 기기가 아이패드였습니다. …태풍 상황 가장 빨리 알려준 것이 기자 아니고 청취자들이었습니다. 아이패드 통해 2시간 동안 가장 빠른 속보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대중은 단순한 뷰어에서 유저로, 정보를 전달하는 센더로 바뀌었습니다.
2. 디지털 매체는 24시간 열려있음의 문제에 대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JTBC로 2013년 5월에 왔습니다. 그해 6월에 한 포털에서 제안을 받았고 10월에 현실화됐습니다. JTBC ‘뉴스룸’을 포털에 올린 것입니다. …신생 채널로서 절박감도 있었지만 이것이 하나의 진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려도 있었습니다. 기존 플랫폼 허물고 다른 플랫폼 갈 때 영향력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포털이든 sns든 거기에 맞는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아직까지 있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24시간 열려 있는, 특히 모바일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도 24시간 열려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희보다 규모 큰 공중파 채널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문제, 디지털 감각도 필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방법론을 찾아야겠다는 것이 현재 생각입니다.
3. 올드미디어의 정확성과 모바일미디어의 속보성의 조화가 관건입니다.
사실 기사 제보자가 첫번째 게이트키퍼입니다. 제보해주는 내용이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많이 좌우되니까요. 그 이후에 차장 부장 국장 더 올라간다면 사장까지 게이트키퍼가 됩니다. 그때까지 드는 물리적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올드미디어일수록 오래 걸립니다. 월간지라면 한 달입니다. 주간지라면 1주일, 신문은 하루입니다. 방송은 때로는 매시간입니다. 그러나 소셜이나 모바일은 다릅니다. …결국 디지털 승부는 속보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속보 승부는 정확도 문제가 있어 고민이 생깁니다. 올드미디어는 게이트키퍼 층위가 확고하기 때문에 실수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모바일 미디어로 올수록 언론의 가장 기본적 스크린 장치인 게이트키퍼는 모호해집니다…. 결국 뉴스룸의 미래는 게이트키핑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하느냐에 상당 부분 달려 있습니다. 올드미디어의 정확성과 모바일미디어의 속보성의 조화가 관건입니다.
4. 모바일에 적절한 콘텐트란 결국 고객의 소비 행태를 반영하는 것이어야합니다.
모바일 온리 콘텐트. 말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 적절한 콘텐트가 뭐냐, 모바일만이 할 수 있는 콘텐트는 뭐냐에 대해 지금부터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모바일로 뉴스 보실 때 지하철에서 잘 안 들리거나 잠자리에서 인터뷰 내용 자막으로 보는데 작아서 안 보인다면 키워야 합니다. 동영상의 길이, 요즘은 6초 이상 잘 안 본다고 합니다. 젊은이들 말로는 데이터 사용료 때문에 동영상을 오래 못본다고 하더군요. 매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긴 것을 참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뉴스도 1분30초 하고 있는데 이 길이는 수십년 미디어 정착되면서 굳어진 겁니다. 이보다 짧으면 정보가 없는 것 같고 이를 넘어가면 집중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것도 일정 부분 무너졌습니다. 앞으로 모바일 뉴스는 이보다 짧게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5. 언론의 역할은 어젠다 셋팅이며, 나아가 어젠타 키핑을 담당해야합니다.
언론의 기본 역할은 어젠다 세팅입니다. 기본적이면서도 적극적입니다. (JTBC는) 어젠다 키핑이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에 공감대를 갖고 있습니다. 디지털로 갈수록 모든 것이 파편화되고 금방 소비되고 끝납니다. 이 시점에서 저널리즘이 해야 할 것은, 이것은 아날로그 식인데, 저널리즘이 해야 할 것은 어젠다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는 상황에서 한두 번 세팅하는 것으로는 어젠다가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우리의 새로운 개념은 어젠다 키핑입니다.
6. 모바일 시대의 미디어의 역할은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만들어가는 것이어야합니다.
처음에는 일방적인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시대, 싯 백 앤 릴리즈(seat back and release)였습니다. 인터넷과 PC가 들어오면서 허리를 곧추세우게 됐습니다. 다가가고 소통하게 됐습니다. 유저가 된 것입니다. 모바일이 되고서는 곧바로 전송을 해버립니다. … 모바일 시대 미디어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네트워킹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미디어가 계속 화두 제공하고 어젠다 만들고 이를 키핑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JTBC 뉴스룸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7. 아날로그적 가치를 지키는 디지털 미디어야합니다.
(1) 사실을 담은 팩트, (2)이해관계에 있어 공정함, (3)가치관에 있어서 균형, (4)품위
맨 앞으로 돌아가 얘기하자면 아날로그적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차원에서 4가지를 추구합니다. 오래 전부터 추구해 온 가치입니다. 사실을 담은 팩트, 이해관계에 있어 공정함, 가치관에 있어서 균형, 마지막으로 품위입니다. 마지막 품위는 언론학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추가한 겁니다. 미디어는 팽창하고 있는데 거기서 살아남는 것은 지난 몇년 간 자극적인 것이었습니다. 모든 기사엔 이런 제목이 달렸습니다. 충격, 알고보니, 결국. 이걸 빼면 기사가 안 됐습니다. 이건 저널리즘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품위 만큼은 꼭 지키자는 것이 디지털 시대를 관철해가는 우리의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아날로그 피플 인 디지털 뉴스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가치관도 지키는 미디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