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vs 바이런 샤프

필립 코틀러 vs 바이런 샤프 필립 코틀러 vs 바이런 샤프

마케팅 이론의 두 거두라고 할 수 있는 필립 코틀러와 바이런 샤프는 브랜드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최근에 읽은 미고객의 이해, 전략 놀이, 브랜딩의 과학 등의 책에 자극이 되어 이 두 학자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보았습니다.

필립 코틀러는 그의 대표 저서 “Marketing Management”“Kotler on Marketing”에서 제안한 세분화(Segmentation), 타깃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STP 전략과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극대화 개념을 통해 브랜드 성장이란 특정 세그먼트에서의 고객 충성도 강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코틀러는 특정 세그먼트에서의 브랜드 차별화와 포지셔닝을 중시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브랜드 성장을 추구합니다.

반면, 바이런 샤프“How Brands Grow”에서 브랜드 성장이 광범위한 시장 접근과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달성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여러 브랜드를 혼용하여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고 지적하며, 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과 물리적 가용성(Physical Availability)을 높여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샤프는 매스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능한 한 많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노출시켜 폭넓은 고객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는 과도한 세분화와 제품 다양화가 오히려 브랜드 인지도 약화내부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세분화된 타깃 마케팅과 고객 충성도 강화를 통해 깊이 있는 고객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성장을 이루라고 이야기하는 필립 코틀러에 대한 바이런 샤프의 비판적 견해에 공감한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들이 필립 코틀러의 이론에 자신들의 성공을 끼워 맞추고, 자신들의 브랜드 성공 스토리를 말하는 것에 현혹되지말고, 오히려 착실하게 대중적 접근과 브랜드 가용성 확대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과 넓은 고객층 확보에 중점을 두라는 바이런 샤프 교수의 말이 내게는 훨씬 더 큰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이하는 두 학자가 다양한 부분에서 어떻게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지를 정리해본 표입니다.

구분필립 코틀러 (Philip Kotler)바이런 샤프 (Byron Sharp)
대표이론4P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과 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고객 관계 관리, 고객 생애 가치, 브랜드 충성도와 차별화정신적 가용성 (Mental Availability), 물리적 가용성 (Physical Availability), 브랜드 충성도에 대한 재해석
고객에 대한
이해와 지향점
충성 고객에 집중하여 세분화된 타겟팅과 포지셔닝을 통해 각 세그먼트에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를 통해 고객 생애 가치를 극대화하고 브랜드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합니다.미고객과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폭넓은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대중적 접근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충성 고객보다는 브랜드의 정신적·물리적 가용성을 높여 많은 고객층에 접근함으로써 브랜드 성장을 도모합니다.
마케팅 전략의
기본 접근
시장 세분화와 타깃 마케팅을 통한 정교한 시장 접근을 강조. 특정 세그먼트에 집중하여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을 설정.매스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중적 접근을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함.
소비자 충성도에 대한 입장타깃 마케팅을 통해 특정 세그먼트에서 높은 충성도를 구축하려 함.
고객 유지와 충성도 향상을 중시.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고 주장하며, 고객들은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봄. 충성도보다는 인지도가 중요.
제품 다양화의 효과에 대한 입장각기 다른 세그먼트에 맞춘 제품 다양화가 중요하다고 봄.
이를 통해 고객 만족과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
제품 다양화가 필수적이지 않다고 봄. 모든 고객이 여러 브랜드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다양화보다 인지도를 중시.
브랜드 포트폴리오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여러 세그먼트를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것을 권장함.포트폴리오 관리가 브랜드 간 내부 경쟁과 매출 잠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함. 포트폴리오 확장에 신중할 것을 제안.
세분화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세분화를 통해 각 세그먼트에 맞춤형 마케팅을 제공하여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고 봄.과도한 세분화는 브랜드 인지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 매스 마케팅이 넓은 도달 범위를 가져온다고 주장.
마케팅 비용 및 효율성타깃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대중적 접근이 오히려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봄. 특정 타깃보다 광범위한 도달이 더 유리할 수 있음.
브랜드 경쟁 전략세그먼트 내에서 경쟁 브랜드와 명확히 차별화할 것을 강조함. 브랜드의 개성과 차별화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고 봄.차별화보다는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다고 주장. 모든 브랜드가 비슷한 고객을 공유하기 때문에 차별화 효과가 과장될 수 있음.
브랜드 인지도와 접근성인지도보다 타깃 세그먼트의 충성도가 중요하다고 봄. 특정 세그먼트 내에서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데 중점.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 대중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고 봄.
고객 관계 관리
(CRM)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평생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함. 충성도를 유지하고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고객 관계 관리보다 넓은 고객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봄. 고객의 반복 구매보다 신규 고객 유입이 성장을 주도한다고 주장.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특정 세그먼트에서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모든 시장에서 가능한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데 중점. 인지도와 접근성을 극대화하여 소비자 기반을 넓히는 것이 목표.
성장 전략에 대해서시장 세분화와 타깃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를 공략하는 성장 전략을 추구함.다양한 채널과 매스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 충성도에 의한 성장이 아닌 폭넓은 도달로 성장을 꾀함.
필립코틀러와 바이런 샤프의 관점 비교 테이블

언뜻 보면 바이런 샤프의 브랜드 인지도 강화 전략은 전통적인 매스 마케팅 중심의 광고 캠페인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접근 방식은 사실상 기존의 광고와 마케팅 기법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대의 무한 미디어 시대에 더욱 적합합니다. 이는 바이런 샤프가 제시하는 주요 이론과 주장, 그리고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EPs)를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시장 접근 방식의 차이: 세분화 대 광범위 도달
코틀러는 전통적으로 시장을 세분화한 뒤, 각 세그먼트의 니즈와 욕구를 깊이 파악하고 해당 고객군에 맞는 차별화된 가치 제안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를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고급 커피 브랜드가 ‘프리미엄 원두’나 ‘특정 지역의 싱글 오리진’을 강조하는 전략은 니치 시장 내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형성하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이러한 접근은 필연적으로 고객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수반하나, 고객 생애 가치 창출과 재구매율 개선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샤프는 특정 세그먼트만을 과도하게 파고드는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의 브랜드 성장에 필수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많은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를 혼용해 구매한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이에 따라 그는 브랜드가 가능한 한 넓은 소비자 집단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양한 구매 상황에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특정 소수에게 깊게 파고드는 것보다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게 함으로써 여러 다양한 소비자층에게 동시에 다가가는, 다소 ‘비차별적’인 마케팅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2. 충성도 강화 대 가용성 확대: 고객 관계 패러다임의 전환
코틀러는 충성 고객(Brand Loyalty)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창출에 핵심이라 봅니다. 특정 세그먼트 고객군에 최적화된 제품, 차별화된 서비스, 감성적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 브랜드가 나를 이해한다’는 경험을 제공하면, 해당 고객군은 브랜드를 반복 구매하고 주변에 추천함으로써 브랜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샤프의 연구는 전통적인 고객 충성도의 중요성을 상대화합니다. 그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깊은 충성’보다는 다양한 브랜드를 상황에 따라 혼합 구매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샤프는 브랜드가 고객의 ‘충성심(Loyalty)’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언제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용성(정신적·물리적 차원)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브랜드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여러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Category Entry Points, CEPs)’ – 소비자가 구매 상황에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특정 맥락, 키워드, 상황- 를 확보하고, 오프라인 매장 진열 확대나 온라인 쇼핑몰 노출 강화 등 물리적 가용성 역시 증진함으로써,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브랜드 포지셔닝과 자산 관리: 차별화에서 식별성(Distinctiveness)으로
코틀러의 고전적 관점에서 브랜드 차별화(Differentiation)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소입니다. “우리 브랜드는 경쟁사보다 무엇이 특별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특정 세그먼트에서의 ‘유일한 포지션’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휴대폰 브랜드가 첨단 카메라 기술이나 독보적인 디자인을 통해 소수 소비자 집단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샤프는 이러한 차별화보다 브랜드 식별 자산(Distinctive Brand Assets)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노출을 통한 ‘인지 용이성(Easy Recognition)’ 확보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합니다. 이는 로고, 색상, 패키징 디자인, 짧은 음악 징글(jingle) 등 소비자가 재빨리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는 요소를 구축하고, 모든 접점에서 이를 일관되게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속에 선명히 자리 잡는 전략입니다. 차별화를 통해 특정 세그먼트에서의 우위를 노리기보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쉽고 빠르게 브랜드를 ‘기억하고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포화된 시장 환경에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4. 현대 마케팅 환경에서의 함의: 디지털 시대의 대응
최근의 무한 미디어 시대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을 넘나들며 정보를 접합니다. 이 환경 속에서 코틀러의 세분화·맞춤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나, 실행 비용과 복잡도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여 초정교한 타깃팅을 시도하지만, 이는 종종 높은 운영 비용과 ROI 개선 불확실성 문제를 수반합니다.

반면 샤프의 이론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브랜드가 맞닥뜨린 현실—수많은 경쟁 브랜드, 소비자의 짧아진 주의 집중, 구매 여정의 복잡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광범위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브랜드는 온라인 광고, 소셜 미디어 활동, 인플루언서 마케팅, 검색 엔진 최적화(SEO)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전방위적 가용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신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브랜드 요소를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5. 상충하는 관점과 선택의 문제
필립 코틀러와 바이런 샤프의 이론은 대립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기업은 양쪽 관점에서 모두 배울 점이 있습니다. 니치 전략을 통해 특정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높은 마진을 확보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마켓 도달을 통해 인지도와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을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은 초기 매킨토시나 아이폰 출시 시 특정 혁신 요소와 심미성을 강조해 특정 세그먼트의 충성도를 획득한 뒤, 점차 대중화를 통한 인지도 확대와 다양한 소비자군 접근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습니다. 이는 코틀러적 세분화-포지셔닝 전략과 샤프적 가용성 확대 전략을 융합하여 브랜딩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킨 사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코틀러와 샤프는 각기 다른 시대적 맥락과 학술적 전통 속에서 브랜드 성장을 바라봅니다. 코틀러는 고객 충성도와 세분화 전략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샤프는 광범위한 소비자에게 도달하여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고 쉽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 두 관점을 상호보완적으로 통합하며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균형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샤프의 주장에서 제기되는 비판적 통찰, 즉 ‘너무나 많은 브랜드가 성공사례를 세분화와 차별화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폭넓은 시장 접근과 일관된 브랜드 식별 자산 관리를 통한 성장 기회를 탐색하는 노력은, 급변하는 현대 마케팅 환경에서 한층 더 유용한 전략적 사고틀을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