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기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운데, 춤추는 모습을 보니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 저 사람(?)이 버추얼 인플루언서구나 했던 경험은 필자만이 가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주 무대인 SNS뿐만 아니라 홈쇼핑, TV 광고 출연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대해 알아보자.
버추얼 인플루언서 뜻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는 가상의 인플루언서로,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쳐 만든 가상의 인물 중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를 지칭한다. 대부분 기업에서 마케팅을 목적으로 생성한 디지털 캐릭터로 활동하며, 소셜 미디어상에서 파급력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은 실제 인간처럼 성별, 나이, 성격 등 정체성까지 갖추고 있다.
대표 버추얼 인플루언서 – ① 가상 인간 로지
로지의 탄생
한국 이름 오로지. 나이는 영원한 22세. 서울에서 태어나 패션과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14만 5천여 명을 보유한 메크로 인플루언서이다. 그녀는 원피스 만화를 좋아하고 반려 과일 ‘오씨’를 키운다.
오로지는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의 순수 한글 이름이다. 외국인들도 쉽게 발음할 수 있으면서 기술의 독창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름으로 지었다. 작년 ‘신한라이프’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 전까지 수입은 ‘0’이었지만, 그 이후 거둔 수익이 지난해만 10억 원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로지는 어떻게 TV 광고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초기에는 로지가 가상 인간임을 숨기고 활동했다. SNS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팔로워들과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소통이 필요한데, 로지 또한 인플루언서로서 과연 얼마나 많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지 실험이 필요했다. 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을지 궁금했다.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을 먼저 말하면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로지는 큰 문제 없이 4개월 동안 꾸준히 SNS로 일상을 공유했다. 사람들은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DM도 보냈다. 그리고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 없이 일상 공유만으로 팔로워가 1만 2천 명까지 늘어났다. 이제 로지에게 하나의 세계관을 부여하며 인격체로서 활동해도 되겠다고 판단하여 그때 로지가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로지는 지금 생겨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처럼 처음부터 어떤 상품성이나 마케팅 차원에서 SNS 활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일반 MZ 세대인 것처럼 특별한 마케팅 없이 시작했는데 그 활동을 통해서 대중들이 몰려든 것이다.
로지의 제작 과정
로지는 실제 사람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니다. 요즘 MZ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특징들을 살려서 페이스를 디자인하고 그 후에 전체적인 스타일링 콘셉트를 잡았다. 얼굴 윤곽과 머리카락, 주름, 표정까지 모두 친근하고 개성 있는 얼굴을 구상하는 데만 6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특히, 젊은 MZ 세대와 친숙하기 위해 인위적인 아름다움은 배제하고 주근깨 같은 자연스러운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살렸다. 또 가상 인간의 기본 표정은 약 54개 정도이지만, 로지의 섬세한 표정을 살리기 위해 800개 이상의 얼굴을 준비하여 세밀하게 표현했다.
그렇다면 TV 광고에서 춤추는 모습은 어떻게 구현한 것일까? 얼굴과 달리 바디는 안무가를 모델로 차용했다. 광고에서는 옷의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픽만으로 디테일을 표현하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 얼굴과 바디를 따로 합성한 것이다. 이 기술은 디지털 더블이라는 기술인데, 딥페이크와는 엄연히 다른 기술이다. 아마 로지가 딥페티크로 제작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딥페이크는 사람 얼굴을 합성하는 기술로 기본이 되는 얼굴 가운데 부분을 교체한다. 하지만 춤추는 로지는 얼굴 전체를 교체하는 기술인 디지털 더블로 제작되었다.
로지의 활동
국내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로지가 ‘신한라이프’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광고 캠페인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편이 유튜브 등에서 공개 20여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다. MZ세대 타깃의 디지털 감성에 부합하는 과감한 버추얼 모델 로지가 대중의 큰 호응을 얻은 것은 것이다.
로지는 신한라이프 광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화보나 영상 광고뿐만 아니라 서울가요대상 시상에 참여하며 최초로 방송에 출연했고, 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연기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2월에는 목소리까지 갖게 되어 디지털 싱글 앨범 발매 및 라디오 출연 등 일반 연예인으로서도 해보기 힘든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로지는 상업적인 목적보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춰지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하나의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 SNS를 통해 친환경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다. 영원히 스물 두 살의 나이로 살아갈 로지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출처
– 전다은, “가상 인플루언서, 높은 화제성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주목“, DMC Report, 2022년 6월 22일
– 나무위키, 오로지(버추얼 인플루언서)
– 뉴스투데이, “[재택플러스] ‘로지’탄생의 비밀‥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세계“, MBCNEWS, 2021년 9월 16일
– 정윤아, ““가상 인간 로지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김진수 이사 인터뷰“, Ai타임스, 2021년 7월 16일